메디치 저택의 투숙객을 위한 안내문
2025. 5. 15.

 

이 문서는 로잔나 데 메디치 통령님의 관저이자 가문 사람들이 대대로 거주했던 메디치 저택에서 하룻밤을 보내실 투숙객들을 위한 안내문입니다. 본 지침은 저택에 머무는 모든 분께 적용되므로, 반드시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메디치 저택의 모든 사용인들은 여러분이 아래의 지침을 준수하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시는 모습을 더할 나위 없는 기쁨으로 삼을 것입니다.

 

1. 중앙 복도는 푸른 색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며져 있습니다.

복도를 지나는 동안 걸음 소리가 늘어나더라도 무시하십시오. 햇빛을 받아 일렁이는 파도 무늬는 사람의 형상과 구분할 수 없습니다.

 

2. 통령님의 개인 공간에는 닻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안에서 노크 소리가 여러 번 들려온다면 '사르디나의 가장 무거운 닻을 뵙습니다'라는 인삿말로 정중히 응대하십시오. 응답하지 마십시오. 통령님께서는 두 번 이상 문을 두드리시지 않습니다.

 

3. 오래된 욕조 바닥에는 종종 비늘이 떨어져 있습니다.

발견하는 즉시 숨을 참으십시오. 귓가의 노랫소리가 멎었다면 숨을 내쉬어도 좋습니다. 비늘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4. 대리석 복도 끝에 고인 물웅덩이를 들여다보지 마십시오.

그것은 형태가 아닌 마음을 비춥니다. 물웅덩이는 통령님의 심장이 새롭게 박동하기 시작한 때를 기억합니다. 잊지 마십시오. 모든 기억은 바다의 것입니다.

 

5. 잠자리에 들기 전, 바다로 향한 창문의 잠금장치를 풀어두십시오.

잠결에 바닥을 적시는 발소리가 들려와도 눈을 뜨지 마십시오. 개인적인 시간을 방해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동이 트기 전 자리를 떠날 것입니다.

 

6. 복도 구석에 짚바구니가 놓여 있다면 열어보지 마십시오.

저택의 청소 담당자는 짚바구니를 복도에 방치하지 않습니다. 만약 물에 젖은 바구니를 발견한다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인하려 들지 마십시오.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도 무시하십시오.

 

7. 응접실의 오르골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마십시오.

멜로디가 생일 축하 노래로 들린다면 즉시 자리를 피하십시오. 그날은 '바다가 실수를 한 날'입니다. 축하받을 대상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8. 장마철의 꿈은 잊어버리세요.

장마철이면 통령님은 이따금 창문 너머를 말없이 응시하셔요. 그럴 때마다 저는 꿈을 꾸어요. 침대맡에서 머리를 쓰다듬는 다정한 손길을 따라, 물속에서 숨결을 나누던 기억이 젖은 입술로부터 반복되어 들려와요.

 

그 아이는 나를 기억하니

내 숨으로 살아가고 있니

여전히, 건강하게?

 

가끔은 제가 인어의 심장을 삼킨 건 아닐까 두려워요.

 

9. 안내문의 8번 지침은 무시하십시오.

저택의 모든 사용인들은 8번 지침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해당 기록은 정식 안내문의 내용과 무관하며, 기록된 바가 없습니다. 다시 한 번 안내드립니다. 지침 8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10. 거실 중앙의 초상화와 시선을 마주치지 마십시오.

통령님께서 기다리는 이는 단 한 사람뿐입니다. 그분의 눈이 당신에게서 실망을 발견한다면, 다음은 초상화가 당신을 바라볼 차례입니다.

 

11. 누군가 창문을 두드리며 ‘파도가 안으로 들어왔다’고 속삭입니다.

그것은통령님이평생을기다려온목소리를흉내내고있습니다.

안내문을 태우십시오.

그리고 잊으십시오.

이곳을.

■■를.

바다를.

 

이 문서를 마지막까지 읽으셨다면, 저택은 이미 당신을 기억했습니다.

 

12. 잊지 마십시오. 모든 ■■은 ■■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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